20여 년의 세월, 우리는 무엇을 축적했는가?
대한민국의 한상(韓商) 네트워크는 중국 화교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출발했다.
“대한민국 경제 영토를 세계로 확장하자”는 구호 아래 시작된 세계한상대회(현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어느덧 성년을 훌쩍 넘겼다.
매년 수천 명의 한상과 국내 기업인들이 모여 성황을 이루고, 수조 원대의 상담 실적이 발표된다. 외형만 보면 눈부신 성장이다.
그러나 그 화려한 축제의 막이 내린 뒤, 우리 손에 남은 실질적인 자산은 무엇인가.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서랍 속으로 직행하는 ‘종이 명함’ 뭉치와 일회성 행사 보고서뿐이다.
‘제로 세팅’의 굴레, 주최자가 바뀌면 모든 것이 초기화된다
한상대회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연속성의 부재’에 있다. 현재의 구조는 각 지자체나 시를 순회하며 개최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주최 지자체의 수장이 바뀌거나 운영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교체될 때마다 모든 시스템이 ‘원위치’ 된다는 점이다.
지난 20년간 축적되었어야 할 운영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 데이터는 온데간데없고, 매번 새로운 조직이 꾸려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소모전이 반복되고 있다.
운영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한상대회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어야 할 운영위가 실질적인 비즈니스 전문가보다는 정무적 관계나 명망가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전문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회장이 바뀌면 조직의 색깔과 방향이 통째로 바뀌는 시스템 아래서 어떤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이 나올 수 있겠는가. 전문성이 거세된 조직은 결국 전시성 행정에 매몰되기 마련이다.

보이코트 사태가 남긴 뼈아픈 교훈
수년 전 한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대회 개최를 거부했던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대회를 포기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투입한 비용에 비해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가 전무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는 단순히 한 지자체의 돌발 행동이 아니라, 현재의 한상대회 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경고등이었다.
돈은 쏟아부었지만 정작 지역 중소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실익이 없다면, 그 행사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보여주기식 숫자 놀음과 의전 중심의 문화가 지자체와 기업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 이제는 ‘체제’를 바꿔야 할 때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의 폐허 속에서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 왔다. 하지만 한상대회라는 소중한 국가적 자산만큼은 여전히 과거의 관행에 발목 잡혀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소식을 단 몇 초 만에 주고받는 초연결 시대다. 그런데도 우리의 한상 네트워크는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의 ‘인맥’과 ‘의전’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사람에 의존하는 대회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시스템’이 주도하는 대회로 거듭나야 한다.
진정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하는 한상대회를 위해, 우리는 오늘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그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는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김충식/ Job Korea News 재미동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