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n. Oct 18th, 2026

일회성 축제 뒤에 남겨진 소기업들의 허탈함

한상대회에 참여하는 수많은 국내 소기업 사장님들의 마음은 간절하다.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부스를 차리고, 며칠간 서서 전 세계에서 온 한상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설명한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 그 간절함은 종종 허탈함으로 바뀐다. 현장에서 주고받은 명함 한 장으로 수천만 달러의 수출 계약이 즉각 성사되는 기적은 드물기 때문이다.
문제는 행사가 끝난 뒤다.

상담을 진행했던 한상이 누구였는지, 그가 정말 필요로 했던 사양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내년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물어볼 곳이 없다. 주최 측인 지자체 공무원들은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비우고, 운영위원회는 다음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결국, 소기업들에 한상대회는 ‘기약 없는 로또’와 다를 바 없는 구조다.

‘상설 사무국’, 365일 꺼지지 않는 비즈니스의 등대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상설 사무국’의 설치다. 지금처럼 회장이 바뀌면 조직이 흔들리고, 개최지가 바뀌면 노하우가 증발하는 시스템으로는 미래가 없다.

상설 사무국은 주최 측이 누구든 관계없이 365일 한상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국내 기업과 소통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상설 사무국은 단순한 행정 지원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상의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상시 수집하고, 국내 소기업들의 기술력을 매칭해주는 ‘전문가 집단’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회 기간에 반짝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온기를 유지하며 실질적인 계약을 끌어내는 비즈니스의 등대가 될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DB), 명함첩을 대체할 디지털 자산

상설 사무국의 핵심 무기는 정교하게 구축된 ‘데이터베이스(DB)’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은 아날로그 시대의 유산이다. 수천 장의 명함이 오가지만, 그 정보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종이 뭉치에 불과하다.

진정한 데이터베이스는 한상의 지역별 유통망, 관심 품목, 구매 이력 등을 디지털화하여 축적하는 것이다.

동시에 국내 소기업들의 생산 능력과 인증 현황을 데이터로 관리해야 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 물류를 확인하는 시대에, 한상과 소기업을 잇는 가교가 여전히 인맥과 우연에 기대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다.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소기업들은 대회가 끝난 후에도 사무국을 통해 적합한 파트너를 추천받고,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다.

‘기약 있는 비즈니스’가 소기업을 춤추게 한다

소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의전이 아니다. “이번에 성사되지 않더라도, 우리의 데이터가 기록되어 조만간 적합한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상설 사무국과 데이터베이스가 결합된 시스템은 소기업들에게 ‘다음’을 기약하게 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실핏줄인 소기업들이 한상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타고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제 사람의 선의가 아닌 정교한 시스템의 힘을 빌려야 한다.

명함은 버리고 데이터를 쌓자.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 경제 영토 확장’을 위한 첫걸음이다.

김충식/ Job Korea News 재미동포 언론인

You mi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