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
우리 사회가 되찾아야 할 정체성과 통합 방향 제시
(인천=동포저널) 공동취재단 이석수 기자 =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국호가 아닙니다. 그 속에는 단군조선으로부터 이어진 5천년 역사의 혼과, 하늘을 여는 ‘개천’의 정신이 살아 있습니다.”
제27회 세계한인언론인대회 심포지엄에서 특별강연자로 나선 대한사랑 학술이사 최원호 교수는 ‘대한민국 국호에 담긴 개천 정신’을 주제로, 한국의 건국 철학과 정체성의 뿌리를 다시 조명했다. 그는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깃든 사상적·역사적 의미를 통해 우리 사회가 되찾아야 할 정체성과 통합의 방향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특히 ‘대한’이라는 국호가 단군조선의 ‘홍익인간’ 정신에서 비롯된 ‘삼한일통(三韓一統)’의 개념을 계승한 것임을 강조하며, “이 이름은 고조선으로부터 이어진 민족의 정통성과 자주성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천절은 단순한 공휴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왜 ‘대한민국’인지 그 근원을 되새기는 날”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서 최 교수는 기록과 기억, 그리고 역사 의식의 중요성을 짚으며, “역사를 잊은 민족은 정체성을 잃는다. 언론이야말로 그 기억을 지키는 시대의 기록자”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안에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오늘은 이 국호에 깃든 건국 정신, 곧 ‘개천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역사는 기록을 통해 기억된다. 베트남 호찌민의 전쟁박물관을 찾았을 때, 전쟁 중 희생된 종군 기자들의 전시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의 낡은 타자기와 총알 자국이 남은 카메라는 인간의 참혹함과 동시에 기록의 숭고함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가 남기는 한 줄의 기사, 한 장의 사진이 바로 역사가 된다는 것을.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소설가 한강이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며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막혔던 순간, 그는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글을 완성했다. 역사는 이렇게 과거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오늘날 한국인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류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그 열풍 속에서도 재외동포들이 가장 깊이 고민하는 것은 ‘정체성’이다. 케이팝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의 주제곡 ‘I was a ghost’의 가사처럼,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모르는 투명인간 같은 감정. 그러나 바로 그 고민을 예술로 승화시켰기에, 국적과 인종을 넘어 전 세계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역사는 우리의 정체성을 바로 세운다. 벤처 창업 1호로 불린 고(故) 이민화 교수는 “한국은 더 이상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걷는 길이 다른 이의 이정표가 되는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뿌리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호는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고종은 “우리나라는 삼한의 땅이며, 국초에 천명을 받고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었으니 국호를 ‘대한’이라 하자”고 선언했다. ‘대한’은 ‘삼한’을 통합한 ‘큰 한’, 즉 ‘삼한일통(三韓一統)’의 뜻을 담고 있다. ‘대한’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단군조선으로부터 이어온 역사와 정통성의 계승을 상징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과서는 여전히 ‘삼한’을 한반도 남부의 마한·진한·변한으로만 한정하며, 역사적 맥락을 축소시킨다. 고조선의 영역을 좁게 가르치고, 단군조선을 신화로 취급한다. 심지어 교과서에서 ‘홍익인간’ 네 글자마저 사라졌다. 단군조선이 신화라면, 우리의 국호 ‘대한민국’ 역시 공허한 이름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고조선은 한반도와 만주, 요동, 산둥까지 아우르던 거대한 문명권이었다. 윤내현 교수와 신채호 선생, 그리고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주장했듯 ‘단군조선-부여-삼한-고려-조선-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5천년의 역사적 맥은 결코 단절되지 않았다. 상해 임시정부의 독립운동가들 또한 “우리 민족은 환국에서 시작해 단군, 부여, 삼한, 고려, 조선,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고 선언하지 않았는가.
‘대한민국’의 국호는 바로 이 역사적 자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뿌리에는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철학이 있다. ‘홍익’은 하늘의 광명(光明)과 땅의 조화를 상징한다. ‘환(桓)’은 하늘의 밝음, ‘단(檀)’은 땅의 생명력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조화를 꿈꾸는 이 사상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신적 근원이다.
따라서 개천절은 단순한 공휴일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건국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다. 이 날을 진정한 국민 축제로 승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하는 길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속에는 단군조선의 이상과 개천의 정신, 그리고 미래를 향한 한민족의 자주적 의지가 담겨 있다. 우리는 그 이름을 잊지 말고, 그 뜻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사람’으로서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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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편집 김충식 기자
